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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otaru tv

오래 전 수능 시험 후기 (feat.순천고등학교)

by otarumoo 2021. 11. 19.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입 수능 시험이 치뤄진 날입니다. 저는 이미 40을 바라보는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매년 이맘때쯤 진행되는 수능 시험에 항상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친척이나 지인이 수능 시험을 본 사람도 없는 올해. 문득 제가 치뤘던 수능 시험 후기를 적어보고 싶어서 퇴근 후 컴퓨터를 켜게 되었습니다.

수학능력시험 후기를 설명하기 위해 인용한 사진으로 수학 시험지와 문제를 풀고 있는 손이 등장하는 사진

저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대학교를 포함해서 쭉 지방에서 지내다가 강원도의 군대를 거쳐 졸업 후 경기도에서 IT업무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요. 오늘도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바가 많더군요. 오래 전 그 시절 제가 봤었던 고등학교 시절 수능 이야기를 위해서는 우선 출신 고등학교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고등학교 입학 : 순천고등학교

순천에 위치한 순천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다소 어중간한 내신 성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제가 입학할 당시만 해도 비평준화 고등학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어서 중학교 성적을 토대로 입학이 결정 되었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이래저래 쉽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입학 하고 얼마 되지 않아 그해 3월초에 친구들끼리 잘 알지도 못할 무렵 다녀온 제주도 수학여행을 잊을 수 없네요.

 

-. 고등학교 1-2학년 : 중위권

나름 명문 고등학교의 입지를 가지고 있던 터라 순천,여수,광양 중학생들이 모여 서먹하게(?) 지내던 1학년이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잘 놀고 잘 지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정규 수업이 끝나고 청운관 이란 별도의 공간에서 저녁까지 자율학습을 하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 보면 특유의 견제 분위기가 면학에 도움이 됬던 것 같은데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뒤에서 얘기 드리겠지만 저는 수능을 굉장히 못 봤기 때문이죠.

특별히 엇나가는 거 없이 수업 듣고 공부하고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네이버 검색 포탈에서 드라마 카이스트 를 검색 후 나온 결과 이미지로 주인공인 김정현, 이민우, 채림, 강성연, 안정훈 등의 사진이 모여 있다.
추억의 드라마 카이스트.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공대생에 관한 큰 꿈을 꿨었는데요.

제 2외국어는 일본어, 계열은 자연계 (이과) 로 택했습니다. sbs드라마 카이스트를 보는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지방대 공대까지 가게 됩니다...

 

 

-. 고등학교 3학년 : 400점 만점에 모의고사 340전 전후

모의고사는...제 기억에 대성 / 중앙 / 종로 (확실치 않음) 같은데서 특정 시기마다 시험을 봤던 것 같습니다. 어느 시점이 되면 특정 날짜마다 모의고사를 보고 일찍 가거나 야간 자율학습을 더하고 가거나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제가 본 과목들은 언어 수리 사회과학(선택과목은 화학2)탐구, 외국어 영역 순으로 진행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특별히 수학을 잘하는 게 아니었고, 과학은 더더욱 잘하지 못했는데 이과를 간 것이 패착일 수 있으나, 지금 IT업계에서 뛰고 있는 걸 생각하자면 완전한 패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어는 그래도 나름 선방을 하곤 했는데 80점 만점의 영어에서 70점 초반 / 중반 정도로 (혼자 뿌듯했던 기억이) 기억됩니다.

 

언어 120점 / 수학 80점 / 사회과학 120점 / 외국어 80점 / 제2외국어는 선택사항인데 시험까지 보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제가 가고자 했던 대학교는 교대(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 임용이 주된 진로입니다.) 그리고 공대(전자공학과 지망했었습니다. 그놈의 카이스트 드라마...) 

픽사베이에서 학교 를 검색한 후 얻어진 이미지 중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사진. 출처 픽사베이(pixabay)

모의고사를 보면 끝에 지망하는 대학교명과 전공학과를 마킹하게 되는데요.

어차피 전국에서 자신있게 지망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제 경우는 연세대 고려대도 가끔 써보고 나서 위치를 깨닿고 나서는 한양대 / 인하대 / 성균관대 / 그리고 간혹 교대(여러 군데가 있는데 어딜 썼는지 기억 안납니다) 등을 쓰고 혼자 기뻐하고 슬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 의미 없습니다. 어차피 모의고사는 시뮬레이션일 뿐..

 

수능이 가까워질수록 난이도가 쉬워졌습니다. (지금이야 정시 입시가 반 이하로 줄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300점 중후반이 나오면서 특별히 이유없는 자신감도 갖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막판이 되면 교과서와 참고서를 버리는 시간이 되는데, 트럭이 와서 책을 싹 가져갑니다. (신나게 집어 던지던 기억이 나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재수하는 애들은 다시 책을 사게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 수능 폭망 : 400점 만점에 294점(추정치)

머리를 감싸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남자의 사진
머리를 감싸는 남자의 사진. 출처 픽사베이. 저 아니에요 ㅋㅋ

순천고등학교 홈그라운드 경기를 하진 못하고, 순천 H고등학교에서 수능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수능을 치뤘었던 2003년 늦가을은 그리 춥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결국은 이 얘기를 하려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질질 끌게 되었군요.

 

도시락을 싸주셔서 들고 즐겁게 가서 시험을 봤습니다. 딱히 시간이 부족한 느낌은 없었는데, 수리탐구 / 과학탐구 영역을 볼때 1번 가 2번 가,나 3번 나,다 처럼 옳은 내용 / 틀린 내용을 고르는 문제들을 좀 난해하게 느꼈었던 기억이 납니다. 수험표 뒷면에 마킹한 답을 싹 적어서 가져왔었구요. 모의고사보다 조금 난해한 정도겠거니 생각하고 수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누나한테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제법 잘 본줄 알았거든요)

 

결과적으로 외국어 72점 을 제외한 대부분의 과목을 망치면서 언어(120점 중 80점대) 수리 (80점 만점에 60점 초반으로 기억) 과학탐구 (기억이 안나는데 낮은 점수였던 걸로 기억) 점수를 다 합치니 294점(정도로 기억됩니다)

 

400점 만점에 290점대 점수는 고3때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점수였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대학생 시절도 보내보고 회사도 다녀보고 하면서 생각해 보면 냉정히 얘기해서 그게 제 실력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이 부분은 내가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지만,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와 누나가 지켜보는 가운데 저는 비명 비슷한걸 지르고 제방에 뛰어들어가 문을 닫고 울었습니다.

-. 아버지의 위로 : 남자의 1년은 아무것도 아니다. 재수해라.

당시 아버지는 교대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셔서 울고있는 제게 오셨습니다. 지금이야 술도 자주 마시고 편한 사이가 되었지만 예전에 저와 아버지는 특별히 대화가 없던 느낌이어서 당시에도 기묘한 느낌이 많았는데요.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으셨고 저 또한 바로 답변을 했고, 그게 제 인생에서 정답 없는 중요한 순간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말하기를, 고생했는데 점수가 많이 안 나온 것 같으니, 재수를 해라. 남자한테 1년은 (길게 보면) 정말 긴 시간이 아니다. 재수해라. 고 하셨었고요.

저는 답변을 드리기를, 대학교에 가서 잘 할게요. 라고 짧게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이상 이야기를 하진 않았던 것 같고, 아버지도 가만히 계시다가 별 말씀 없이 나가셨고, 저는 덜 울었던 울음을 마저 울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대화의 자세한 부분은 기억이 왜곡되었을 수 있겠지만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는 점수에 맞춰서 지방의 어느 대학교 공대에 입학했고, 졸업해서 지금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당시 아버지가 했던 이야기를 곰씹곤 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37살의 지금조차도 만약에 다시 1년을 준비해서 공부를 다시 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고민했던 부분이고 물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지금과 비슷한 바보가 되는 바람에 그 이상 다른 선택을 할 수는 없었지만요.

 

저는 1년이란 시간을 과대평가 했고, 친구들이 대학교에 갈 1년을 다시 공부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반항하듯 들어간 대학교에서 답변과는 다르게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것 같고요. 최종 학점도 높지도 낮지도 않게 졸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니까 수능 294점대의 성적은 어쩌면 진짜 제 실력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거죠.

 

해보지도 않은 상황을 함부로 단정하는 거 아닌가 싶을수도 있겠습니다. 해보지 않았으니 이 또한 그저 제 추측일 뿐이겠지요. 다만 아저씨가 된 지금, 아빠가 이야기한 남자의 1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정하기 어려운 이야기 같습니다. 안해본 것에 대한 후회는 오래 갑니다.


이번 시간에는 제가 겪었던 고등학교 시절, 그리고 수능을 치뤘던 이야기를 길게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준비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울러 오늘 큰 고비를 잘 넘긴 고등학생들의 미래도 응원합니다. 저는 잘 치뤄내지 못했지만 저는 시험을 통한 대학교 입시가 학교 생활을 토대로 대학교를 선발하는 수시모집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각자 생각이 달라 흥미로운 주제가 되긴 합니다.

https://youtu.be/dLTRSi04ICQ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